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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나를 드리프트하게 하는 이

by 찬이 2009. 12. 1.

우리 회사는 얼마전부터 자율출근제를 시행했다.
오후 1시까지는 출근해야한다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출근시간이 늦는다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너무나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붐비는 출근시간을 다툴 필요도 없고,
전날 무엇을 하든 부담도 적고,
특히 밤에 아이를 업고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가거나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를 보는 것도 부담이 없고,
출근을 빨리 하면 퇴근을 더 빨리할 수 있기에
일찍 퇴근해야하는 날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율출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선장려와
사원들의 신뢰받을 수 있는 행동이 밑거름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7년간 느껴왔던, 눈치보기식 야근위주라 느꼈던 업무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아직까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매월 1일에 시행되는 월례조회만큼은 아침 8시 그대로이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혹은 '한달에 하루 정돈데 뭐' 라는 생각으로
따라주는 사람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새벽 2시쯤에 잠들게 되어서
힘들게 아침 7시에 일어났다.
따뜻한 물로 기분좋게 샤워를 마치고 몸을 닦는 순간
오늘이 12월 1일 월례조회가 있는 날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아차 싶어서, 시계를 보니 7시 20분....
회사까지는 보통 15분 정도 걸리는데
회사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가는시간도 있고하니
시간이 빠듯했다.

급하게 머리를 말리고 옷도 대충 챙겨입고
윗옷은 그냥 들고 냅다 뛰었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예열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달렸다.
마침 출근시간인지라 차들이 많아지려는 낌새가 보였고
저 멀리 보이는 파란색 신호등을 통과해야만 할 것 같았다.
T 자 교차로에서 좌회전해야하는 것이다.

깨끗하게 타이어도 갈았고 해서
좀 성숙한 운전을 하고 싶었으나
월례조회의 압박은 내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_-
빨간불로 변경됨과 동시에 교차로를 진입하게 된 나는
결국 자동차를 드리프트하고 말았다.
드드드득~ ABS 브레이크가 동작하는 바람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성공적이었다.

미친듯한 운전은 하지 않아야지 마음을 먹었건만
내 이성을 잃게 하는 월례조회 앞에서 나는 무력해진다. 쩝...
그 이후로도 회사까지 과속을 좀 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성공적인 출근을 해내고야 말았다.



월례조회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자율출근제를 이용하여 아침에 수업을 듣는 사람은
수업까지 빠져야 하니
그다지 합리적인 건 아니라 생각한다.
시간을 좀 늦춰도 될텐데 자율출근제가 5개월째 시행중인 지금도
왜 8시를 고집하는 건지.....

내가 윗분의 생각을 이해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고집이신지
소인배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좀 더 수양을 쌓아야 하는건가...?

하긴......
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는
운전을 차분하게 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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