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의 회사로 입사를 한지도 십수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십수년간 줄곧 같은 부서에서 지내왔다.
십수년간 같은 공간에서 지낸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며,
십수년간 같은 곳을 드나들었다면 그곳이 곧 집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사를 하면서, 평생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오면서,
머지 않아 이곳을 탈출하리라 마음먹었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내게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곳.
하지만, 그렇게 만족하며 지내는게 하늘은 못마땅했던지
쌩뚱맞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전배 발령이 났다.
젊은 시절이라면 한번쯤 기대했을 법한 수도권 생활이겠지만,
아우~ 지금은 너무 싫다.
갑작스럽게 발령이 나는 바람에
당사자인 나 못지 않게 가족들도 안절부절한가보다.
지금 사는 곳보다 더 번화가인 곳에서 생활할텐데,
와이프는 자꾸만 뭔가 필요한게 없나 주섬주섬 챙긴다.
내가 군입대하기전에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던 그 심정 같아, 눈시울이 붉어진다.
고민고민하다 몇 가지를 준비했나보다.
내가 좋아하는 믹스커피와 오란다 과자.
내가 오지로 떠나는 것도 아닌데... ㅠ.ㅠ
무언가 챙겨주고 싶어서 고민을 했을 법한 흔적이 너무나 느껴진다.
멀리가서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을 담을 파우치를 만들어준다.
여행용 가방이 있긴 하지만 몇달간 모텔생활을 해야하는 처지다보니, 필요할 것 같다며 뚝딱 만들어준다.
내가 캠핑갈때 쓰게 이것저것 만들어달라고 할때는 몇달이 걸려도 소식 없더니...
그냥 그저 그런 유년생활과 학창시절을 보내다가
대학 졸업후 입사를 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제 3의 인생을 살게 되는 시점이라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여지껏 그랬듯 당장은 알 수 없겠지만, 먼 훗날에 지금의 이 순간을 떠올리며
새로운 도전을 추억삼아 되뇌일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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