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새벽, 문화센터에서 수영을 하고 나온 뒤 출근하려고 주차장의 내 차 옆으로 다가갈때, 바닥에 뭔가 붉고 네모난 띠가 보였다. 아침이라곤 하지만 한겨울의 흐린 아침에다 바닥은 검은 아스팔트였고, 더군다나 다른 차의 바퀴 바로 옆이었기에 눈에 쉽게 띄진 않았다.
다가가보니 붉은색 고무커버가 씌워진 갤럭시S2 였다. 화면이 꺼져있으니 아스팔트처럼 검었고, 빨간색 테두리 부분만 살짝 보인 것이었다. 폰은 멀쩡했지만 차 바퀴에 밟혔었는지 커버는 좀 찌그러진 자국이 남은 상태로 반쯤 벗겨져있었다.
비록 지금의 내 갤럭시S보다는 좋은 폰이긴 하지만, 회사 서랍에는 갤럭시 노트며 갤럭시 탭이며 수많은 최신 스마트폰으로 가득차 있기에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부재중 전화 온 이력도 없고 해서 잃어버린지는 얼마 안됐으리라 싶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전화도 잘 안되는 와이프의 옴니아팝을 바꿔주려고 찾아보던게 바로 그 폰이었고, 그마저도 비싼 요금제 때문에 망설이다가 보류하자는 와이프의 설득에 알겠다며 인터넷 쇼핑몰 창을 닫았던 바로 그 폰이었다.
그 때문에 솔직히 3초 정도 망설인 듯 하다. '내가 주웠는데 뭘~' 이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주위에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있었어도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부끄럽게도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듯이 양심껏 돌려주려고 다시 주차장을 거쳐 수영장 안내데스크로 가져다 주었다. 그리로 걸어가는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ㅎㅎㅎ
분실된 스마트폰을 맡아달라며 전해주고 다시 차를 몰고 출근하는 길에도 잘했다는 스스로의 칭찬과 함께 얄궃은 보상심리도 발동을 했다. "내 물건이 아니니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비롯한 내 가족들이 폰을 분실했을때 전화를 하면 습득한 사람이 고의로 전화를 끊는다던지, 처음부터 훔쳐간다던지 혹은 금전적 보상을 대놓고 요구하던 모습들만 보아와서 그런지, 나는 그냥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라도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회사에 도착했을 무렵,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 바퀴에 밟혔었는 듯 주차장의 내 차 옆칸에 떨어져있던 그 스마트폰...
내가 처음에 주차한 자리가 바로 그 자리였는데, 바로 옆에 있는 BMW 운전석 문 열기 힘들까봐 다시 한 칸 옆으로 옮겼던 것이다. 그럼 내 차가 스마트폰을 밟았고, 그 폰 주인은 바로 BMW 운전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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