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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면접관 후기

by 찬이 2012. 1. 24.
※ 이 글은 글쓴이의 주관에 따라 작성한 글이며, '삼성' 혹은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의 공식적인 입장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좀 해봤다 싶은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이하 멤버십)", 이번에 면접자가 아닌 면접관으로서 참석했었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예비 후배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도 있었고, 나도 저랬었나 싶기도 하더군요.


작품이 아니라 개발자를 찾는 것인데...


그런데 전반적으로 예전의 그 헝그리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프로젝트를 화려하게 보여서, 대기업에 취직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참석했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아서 참 아쉬웠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도 그렇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기술면접때는 프로젝트의 화려함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 스스로 어떤 것을 연구하고 또 시행착오를 거쳐왔는가, 얼마나 다양하게 사고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즉, 그 사람의 능력이나 발전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프로젝트가 얼마나 멋져보이는지 혹은 비싸보이는지는 부수적인 것일 뿐입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소질과 성실성, 그리고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적지않은 프로젝트 작품들에서 일반화된 각종 기술들의 라이브러리나 제품을 가져다 짜집기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공개소스 등을 이용하더라도 자신만의 노력을 더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고 남이 만든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만 하거나, 상용화된 제품 몇가지를 사다가 단순작업만 더하여 자신의 멋진 작품인양 포장하는데만 급급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면접자가 잘하거나 자신있는 부분, 노력한 부분을 드러내고 검증받을 시간을 오히려 겹겹이 포장한 작품에서 껍질을 벗겨가는데 시간을 소비해버릴 수 밖에 없는 점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니 필요이상의 포장은 면접자 자신에게 마이너스 요인일 수 밖에 없겠지요.


반면에 상당한 실력을 이미 갖추었고, 지식이나 경험면에서도 풍부한 분도 있었습니다. 멤버십이 아니라 당장 입사를 하더라도 손색없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 분이 지방대학 출신, 상대적으로 낮은 영어실력과 학점을 이유로 꿈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멤버십을 통해 더 큰 기회를 줄 수 있는 영예가 제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뿌듯했습니다.
멤버십에 합격한다면 분명 그 자신 뿐 아니라, 멤버십의 다른 회원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 되겠지요. 


프로젝트 준비시 고려했으면 하는 점들 


기술면접을 위해 프로젝트를 준비할때는 난이도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곧 졸업을 앞둔 사람과 갓 전공공부를 시작하는 2학년과는 수준이 달라야겠지요. 같은 프로젝트라도 2학년이 했다면 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졸업반이 했다면 못했다고 볼 수도 있을테니까요.
프로젝트의 절대적인 평가로 멤버십 선발을 하는게 아니라, 프로젝트를 만든 사람의 능력이나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더 중요할 것이며, 제가 보기에도 그러한 부분들을 중요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나, 준비한 프로젝트가 자신이 작업한 내용을 증명하기 힘든 경우에는 면접준비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 및 보안관련 작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죠. 대부분 기존의 암호화 알고리즘을 그대로 씁니다. 심지어 라이브러리나 공개소스들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암호화/복호화만으로는 별다른 장점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아무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숙제 정도에 불과해보일 수 있습니다.
특정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라는 것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자신만의 작업내용이나 노력한 흔적 등을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미사어구만 섞어서 발표하는 것은 별 도움 안될 것 같네요.


개인별로 기술면접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1인 프로젝트가 적합하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정답은 없고 제 견해일 뿐입니다만, 저는 여럿이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혼자 가져온 면접자를 일단 경계하게 되더군요. 최대한 그 사람이 작업한 내용만을 구별해내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준비한 프로젝트가 여러사람이서 진행했던 것이라면, 자신이 작업한 부분을 명확하고 솔직하게 알리는게 최상으로 보입니다. 다른 사람이 담당했던 부분까지 자신이 한 것처럼 부풀릴 경우 어쩌면 면접관을 속여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을 사게 된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프로그램 소스는 꼭 준비하도록 하세요. 면접관마다 그리고 프로젝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소스를 보면서 설명을 꼭 듣고 싶을 때 소스가 없거나 소스를 보면서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상황이 충분히 안좋아질 수 있습니다.
모든 면접자들의 작품 소스를 세세히 살펴볼 형편은 안되기 때문에, 주로 설명만으로는 평가하기 힘들거나 모호한 경우에 소스를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을 때 요구하게 되는 편입니다. 이때 소스가 없거나 소스분석이 불가능하다면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가산점을 주고 싶을 때였더만 못받거나 덜 받는 정도이겠지만, 면접자가 스스로 작성한 코드인지 의심되는 경우였다면 면접관으로서도 곤란하지 않을까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 


면접자들의 말씀중에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가는 것이 있었다면 학교 term project 할때의 속사정이었습니다. 한 두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긴 하지만, 저 또한 그랬었기 때문인데요. 팀을 짜더라도 상당수의 팀원들은 관심밖이고 잘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혼자 공부하고 혼자 프로젝트를 다 해야해서 힘들었다는 겁니다.
물론 팀원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지만, 물어볼 곳도 없고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협력이 전혀 없는 term project 라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거든요.
일을 많이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함께 공부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project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실력만 갖추었다면 이런 분들에게 멤버십은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면접자들에게 직접 들은 얘기는 아니지만, 지난 면접자들의 후기를 봤던 면접관 얘기로는 '면접관들은 왜 그렇게 무표정인지'라는 등의 이야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름 표정을 편하게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짧은 시간내에 객관적으로 파악을 하려다보니 면접관들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시간이 부족하더군요. ㅎㅎ

추위와 긴장속에 떨면서 대기하던 면접자들과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조언도 해드리고 싶었지만, 면접자와 면접관으로 만나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될 것 같아 그러진 않았습니다만 아쉽긴 아쉽네요.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기회가 있겠지요.

합격하신 분이든 불합격하신 분이든, 모두들 준비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있어 밑거름이 되어줄 소중한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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