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쯤인가, 개발자 생활 중에 '아이폰'이라는 가장 큰 파도가 닥쳐왔다. 사실 파도는 그 전부터 다가오고 있었고 내가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이 2년전이라고 해야겠다.

한낯 이름도 실력도 없는 개발자이긴 하나, 아이폰이라는 존재는 새로운 도전이라기보다는 위기감을 주는 존재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자만심을 갖고 있진 않았다 생각하지만, 있었다 한들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쫓겨 살아왔다.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달려들었고,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렇게 이를 악물고 덤볐으리라.

쉽지 않은 길이었고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힘이 난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에서는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xx 회사 놈들..." 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나는 졸지에 소비자들 지갑을 노리는데 혈안이 된 도둑놈, 사기꾼이 되어버린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나도 내 옆의 동료들도, 누군가의 동창생이며 누군가의 죽마고우이고, 누군가의 형이며 동생이다.
도둑놈이 아니라 밤새워가며 가족들도 제대로 못보며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게 일한 노동자의 한 사람이며, 사기꾼이 아니라 가진 능력껏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이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사람들은 말하지, 잡스 덕분에 지금이 있게 되었다고...
잡스가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래, 그 말이 백번 옳다. 잡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신세계를 빨리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라고 불리는 잡스의 아이폰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아이폰보다 더 빨리 좋은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고,
아이폰보다 더 많이 팔지 못했다고 해서
몇달째 고향에 가지도 못하고,
몇년째 친구들도 못만나고,
몇일째 아이들 자는 얼굴밖에는 못보면서 열심히 일했음에도,
내가 만든 제품이 '쓰레기'라고,
'그걸 사는 사람은 호구'라는 말을 듣는건 정말 마음아프다.

물론, 내가 만든 제품이 문제가 있으면 지적을 받고, 욕을 먹는건 당연하다.
그래도 적어도 도둑놈, 사기꾼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나는 부족할지언정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적어도,... 악인은 아니다.


잡스가 내게 남겨준 숙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고객들을 어떻게 우리 편으로 만드느냐'라는 화두도 던져졌다.

과연,...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Posted by 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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